“ 맞먹으려 들지 마세요~ 건방지게. ”

 성격

· 자존심이 굉장히-보이는 것보다 더- 강한 편. 어릴 적, 사리구분하는 법을 배웠을 무렵부터 자신은

  남다르다는 사실을 혼자 깨우쳤으며 여타 극작가들이 서로 경쟁할 때 이 작가는 현실을 경쟁상대로

  삼았습니다. ‘사람’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개 타인을 낮잡아보는 우월감,

  선민의식과는 그 성격이 다릅니다. 문예가로서의 순수한 자존심. 덕분에 언뜻 비정상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이러한 면모는 밖으로 잘 드러나지도, 드러내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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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사항 

4. 비극을 쓰는 이유는 그것이 희극보다 더 어렵기 때문에. 행복을 원한다는 욕망을 말하고 유토피아를

   상상하는 것은 쉽지만 사람은 본능적으로 ‘비극적인 것’을 기피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슬프고,

   불운하고, 패배하고, 두렵고, 고통스러운 이야기야말로 재능 있는 작가의 전유물이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습니다.

 

5. 작가로서의 자존심 두 번째.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픽션은 항상 현실을 뛰어넘어야 한다, 현실은 항상

   픽션의 아래에 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습니다.

   현실 이상의 것을 써야 하건만 현실의 것을 보고, 현실의 것에서 영감을 얻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이 작가가 택한 방법은 약(藥)입니다. 불안증, 공황, 망상 증세를 유발하는 각종 향정신성 의약품을

   복용하고 그 증상을 직접 겪은 뒤 생생한 경험을 토대로 글을 쓰는 것. 의사의 처방지도 없이,

   적정량 이상을요! 이 가상한 노력 덕에 싱 허트넬은 훌륭한 비극을 만들었고 원하는 평가를 받았으며,

   감히 그의 작품을 따라잡으려 하는 용자는 더 없었지만 결국 목숨을 잃는 원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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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무난한 가정에서 나고 자라 무난한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연필을 잡을 수 있을 무렵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서 16세 때 전국 단위의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고, 18세가 되던 해에는 첫 메이저

데뷔작 <No.1>을 발표하고 상영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2117년, 캐나다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납니다. 피해자의 시체는 중고 거래된 차량 트렁크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범행 시기와 수단, 동선, 피해자의 특징과 이용된 흉기, 차종까지 모두 싱 허트넬의 히트작 중 하나인 <No.13>과 동일한 모방 범죄였습니다. 범인은 금세 검거되었습니다. <No.13> 속의 살인범은 끝내 자수한 뒤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결말을 맞이했기 때문에요.

 

수사가 무사히 종결되자, 이 충격적인 살인사건은 조용히 막을 내렸습니다. 극단과 투자자들은 이제 막

카일룸 극작가의 명예를 얻은 유망주이자 흥행 보증수표가 저지르지도 않은 잘못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길 원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아무 일 없던 듯 흘러갔으면 좋으련만, 모두가 쉬쉬하는 와중에 작가 본인은 전혀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이 살인사건 자체가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습니다. 모방범죄라는 경찰의 판단은 비약이며 우연의

일치이길 간절히 바랐고 직접 확인해야겠다며 주변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교도소에 수감된 범인을

찾아갔지만, 그의 오랜 팬이라고 밝힌 범인에게 돌아온 답은 “<No.13>을 따라한 것이 맞다”였습니다.

이럴 순 없었습니다, 있어서는 안 됐습니다! 나는 기자도 수필가도 아닌 작가이며 내 재능은 현실에 없는 것을 꾸며내 쓰기 때문에 가치있건만!

 

며칠이 지나 범인이 삼엄한 감시를 뚫고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평생동안 쌓아 온 그의 자존심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글을 쓸 이유가 사라졌습니다.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글을 쓸 이유’가요.

펜을 꺾거나, 감히 현실이 따라오지 못할 글을 써야 했습니다. 약간의 강박증이 생겼고, 작품 활동을 위해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작업 속도는 더뎌졌지만, 작품의 질과 완성도는 나날이 높아졌습니다.

비극 작가는 젊은 나이에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지만, 다시 태어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다시 태어날 기회가 있지만… 이제는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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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

2120년 9월 16일 오전 6시, 자택에서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해 쇼크사.

지속적으로 이용하던 의약품이 화근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