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Inferna :: 지옥)
"사후세계를 지옥이라 하다니, 웃기지도 않아."
"여기서 행복할 일은 없으니까 그런거 아니겠어?"
2124년, 현대의 인류는 '인간은 죽은 후에 어떻게 되는가?' 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을 할 수 있었다.
'사후세계가 있다는 모양이던데,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아무도 몰라.'
하지만, 그 말은 사실이었다. 실제로 사후세계는 존재하고 있었다.
그곳의 시간은 멈춰있었다. 죽은 뒤의 모습에서 나이를 먹지도, 몸이 성장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감각 만은 모두 살아있었다. 죽기 전의 삶과 똑같았다.
공복, 피로, 그리고 고통 이외의 많은 감각을 그대로 느낄 수도 있었다.
모든 게 다 살아생전과 다름 없었다. 다만,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뿐.
시간이 멈춘 그곳을, 사람들은 '인페르나'라고 불렀다.
그곳이 곧 사후세계였고, 천국 혹은 지옥이었으며, 모두에게 예정된, 유일한 결말이었다.
우린 그런 세상에서 살고 있었다.

* ( Caelum:: 하늘, 끌, 조각칼, 창공, 천국, 높은 곳, 공기, 일기, 불사, 불멸을 의미 )
"전 아직 이 기억을 버릴 수 없어요…”
“그럼 여기서 영원히 살아야지.”
“그것도 싫어요. 지옥에서 살아봤자 무슨 의미가 있나요. 기억을 잃지 않고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그럼 재능을 갖고 태어나길 빌어! 망할 카일룸 자식들. 죽어서도 행복하겠지 쟤넨?”
인간은 죽고난 뒤. 인페르나에서 일정 시간을 보내면서,
살았던 삶에 대한 미련을 깨끗하게 정리해야만 다음 생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그래서 다시 태어나면 기본적으로 이전생의 모습과 기억은 깨끗하게 사라진 상태로 환생하게 되는 식이었다.
허나, 예외가 있었다.
생전을 카일룸으로써 보냈던 사람들은 '전생의 재능과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환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원한다면 다음 생의 방향에 대한 조정도 가능했다.
그러니까, 카일룸으로 살다가 죽는다는 건, 내 입맛에 맞게 조정한 다음 생을 살 수 있다는 의미였다.
이렇게,
전생의 기억을 가진 채 환생할 수 있는 기회는 카일룸으로써 살다가 죽은 재능인들 만이 누릴 수 있는 기회였다.
물론 모든 재능인들에게 그 기회가 주어지는 건 아니었다.
그 재능인들 중에서도 을 통과한 자 만이 그런 기회가 주어졌다.